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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소리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160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켄 리우, 장성주 엮고 옮김
⭐⭐⭐⭐⚡
p165 <사랑의 알고리즘>
나는 행복하다. 이 아픔은 진짜다.

열두 편의 중단편은 현지의 신작과는 상관없는 선집으로, 아름답고 고요하며 상징적인 도래할 감정이자 전적으로 인간성을 조준한다.

p115 <매듭 묶기>
"이 사람은 매듭 문자라는 걸 처음 봤대요." 파가 통역해 준 말이었다. "그 줄로 만든 책을 어떻게 읽는지 알고 싶다는데요."

전직 편집자인 역자가 '초월'이라는 키워드로 엮은 목차와 디자인, 홀로 이미지의 면지는 저자의 작품만큼이나 훌륭하다.

그중에서 매듭묶기 의 매듭 문자와 유전자 구조의 조화, 그리고 생존과 자본주의의 불화를 틔워내는 방식은 아름답다. 사랑의알고리즘 카르타고의장미 에서 모성과 자매애를 다루는 감정의 기저엔 다소 구식의 기술이 들어있으나, 문학의 예외란 이럴 때를 위해 있는 법이니까.

p260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네 이름에 🐳를 넣은 건 엄마가 너만 할 때 그 동물을 엄청 좋아했기 때문이야."

기술과 데이터, 자본, 욕망 등등의 어떤 것이 먼저 우리의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범람할지 모르는 시대에 그가 *이야기하는 초월하는 능력, 오감의 기억, 기억의 무게로 지탱하는 생의 중력.

나는 행복하다. 이 감동은 진짜다.

p.s. 중국도 일본도 손을 댄 그의 작품을 멀쩡히 읽을 수 있는 동아시아 국가는 한국 뿐이다. (아닌가,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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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 켄 리우

이 표지와 속지만 봐도 신비롭고 영험한 기운이 느껴지는 책의 제목은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라는 제목으로 시작부터 책을 펼쳐보려는 이의 상상력의 한계를 비웃는다.

개인적으로 요즘 SF가 대세로 떠오르며 테드창, 김초엽, 켄리우를 열심히 챙겨보고 있는데 드디어 <종이 동물원>의 작가 켄 리우의 새 단편집이 출간되었다. 더 놀라운건 바로 이어서 다른 단편집 두권과 장편들이 이어서 나올 거라는 소식이다. 그외에도 이런저런 수다거리가 많지만 일단 책 내용에 집중해서 말해야겠다.

12편의 단편이 실려있고 중간중간에 싱귤래리티 3부작이 끼어 있는데 그 중 3부가 이 책의 표제작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 > 이다. 당연히 SF 답게도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상상력을 뽐내고 휴먼 드라마를 그려내며 여러가지 거대 담론들에 대한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물론 읽는 즐거움 역시 놓치지 않은 스토리들이다.

열두 작품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감동과 감탄의 텐션이 첫 작품 <호>부터 마지막 <내 어머니의 기억> 까지 이어지고 특히 싱귤래리티 3부작은 중간중간 끼어있다보니 그걸 의식하며 읽게된다.

싱귤래리티의 1부 <카르타고의 장미>에서는 인공지능 회사가 정신을 디지털로 변환하는 기술을 이제 막 상용화하는 설정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2부 <뒤에 남은 사람들>에서는 더 나아가서 디지털로 업로드 된 인간세계가 일반화 되는 설정에서 아직 그 기술을 반대하며 옛날 방식대로 살고 있는 이들이 등장하는 스토리다. 마지막 3부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에서는 아예 육신으로 사는 사람을 고대인이라 칭하며 지금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이야기로 풀어내는데 그때도 여전히 가족이라는 개념은 남아있다는게 의아하면서도 희망적인 메세지를 읽을 수 있는 SF휴먼드라마였다.

아빠는 20차원에서 살고 딸은 성장기 아이한테 최고라는 4차원 환경에서 키운다. 엄마는 아직도 육체를 지닌 채 살고 있는 고대인이다. 엄마와 딸이 포옹하는 장면을 서사한 대목도 인상적이었다.

우리 둘의 알고리즘이 서로 얽히고 클럭이 동기화되고 서로의 스레드가 동일한 신호 간격에 맞추어 반응한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익숙한 엄마의 사고 리듬 속으로 내가 기꺼이 추락하는 동안 엄마는 내 사고 리듬 속에서 나를 부드럽게 다독인다.

어느날 엄마는 먼 우주로 탐사를 떠나게 되고 딸에게 이별을 고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현실세계에서의 둘만의 여행을 시도하게 되는데 소설 속 세상은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며 물질이 필요하지 않는 의식들의 세상이었다. 여행은 그 옛날 번성했지만 지금은 뼈대만 남아있는 도시들을 둘러보고 인간이 없어지자 다시 번성하고 있는 동식물들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제목이 수많은 순록떼 였던 것이다.

책의 마지막 작품은 <모든 맛을 한 그릇에- 군신 관우의 아메리카 정착기>로 100페이지가 넘는 중편소설로 중간중간 삼국지의 관우이야기도 섞인다. 19세기 말 미국의 골드러시 시기에 사금을 채취하는 중국인들과 이를 경멸하던 서부인이 등장하는데 에필로그에서의 역사적 배경을 먼저 일고 소설을 읽어보는게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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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전작인 <종이 동물원>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기에 이번 책도 기대를 갖고 읽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책은 그간 여러 지면을 통해 발표된 개별 작품 중 한국 독자들을 위해 선별하고 엮은 특별한 단편집이라고 해 더 기대가 컸다. 사실 왜 이 단편들이 어떤 점 때문에 '한국 독자를 위해' 모여진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작가는 똑같이 자신의 책을 읽었더라도 사람에 따라 좋다고 느끼는 포인트나, 이야기는 다 다를거라고 언급한 적 있다. 나 역시 이 부분에 동의하는 바. 켄 리우가 들려주는 이야기의 장점은 바로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묶인 이야기들은 다양성은 조금 떨어진다. <종이 동물원>보다는 좀 더 쉬이 하나의 꼭지로 묶이는 이야기들이랄까.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는 모두 '선택'에 대해 이야기 한다. 장르는 하나같이 전부 공상과학 소설. 초월적인 과학 기술이 이 되는 시대가 오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지금과 그 시대 사이, 즉 과도기를 걷게되는 사람들은 지금의 삶에 남을 것인지 선제적으로 미래의 삶에 도전할 것인지를 선택해야할거다. <종이 동물원>이 좀 더 직접적으로 '주변인'을 다뤘고 그 부분에서 저자(=중국계 미국인)를 연상시켰다면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는 과거의 삶을 고수할 것인지, 신기술을 믿고 새로운 도전을 나설 것인지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참고할 만한 예시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오롯이 스스로 결정하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는 부담을 짊어진, 좀 더 넓은 범위의 '주변인'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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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니 인공지능이니 뭐니 하는 개념들이 이미 생활까지 깊숙하게 들어와있는 지금, 사실 나는 내가 좋아할 것 같은 책이나 영화를 추천해주고, (심지어 내가 별점을 얼마로 매길 것 같은지까지 미리 알려줌) 오늘 뭘 먹을지, 어디에 가면 좋을지 등을 제안해주는 서비스에 회의적이다. 난 아직은 이런 정보를 받고 싶지 않은 사람(=시스템에 내 정보를 주고 싶지도 않음)이라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보단 여전히 <종이 동물원>이 더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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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월급날은 있다.
프리랜서.. 비정규직에..
한달을 살게하는
나의 수입들의
내통장에 입금되는 날짜도
모두 제각각 다르지만..
그래도 내가 늘 설레며 기다리는
나만의 월급날은
매달 10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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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이 되면 나는..제일 먼저
한권한권..장바구니에
오랫동안 차곡차곡 쌓아둔 녀석들중에
얼른 뛰어가 일부를..
우선..내품으로 데리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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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징대는 녀석들을 겨우 달래며..
한달만 기다리라고..겨우 달래놓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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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가끔..
나에게도 뜻하지않은 보너스처럼..
특별한 수입이 생기면
혹은 스트레스로
물질적 쇼핑의 힘이 마구마구 필요할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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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던 나머지 녀석들 중에
또 불쑥 찾아가
얼른 정신없이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 다음날.. 늘 아차 싶다..
.
지난..금요일은
언제나 돌아오는
나의 월급날.. 이었다 ..
7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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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이번에도
새녀석들이
내방에 들어왔다..
근데 이번엔.. 좀 북적 북적 거린다..
응석쟁이들이 많았는지..많이도 데리고 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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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한다~~^^
언제..너희들과 한명한명..
설레는 데이트를 할수 있을지는 몰라도
어쨌든.. 반가워~
그리고 우리 곧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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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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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코퍼필드
-이리 두꺼울지 몰랐다.. 진짜 놀랐다. 찰스 디킨스의 자전적 소설이니.. 그를 더욱더 알아가는데 도움이 될수 있기를

오이디푸스왕
-신화는 언제나 재미있지..

기나긴이별
-전설적인 고전 탐정소설

담론
-나도 신영복 선생님을 이제 만나보는건가

세익스피어4대비극
-이책은 너무 이뻐서 샀음.. 금장이 반쩍반짝

철학의위안
-보에티우스를 만나며 나도 위안을 얻을수있기를

젊은베르테르의슬픔
-읽은듯.. 아닌듯. 늘 다시 읽고싶었던책

체스이야기낯선여인의편지
-다시한번 츠바이크를 만나고싶다

목로주점
--이젠 맘 단단히 먹고 에밀졸라의 책에 도전

현기증감정들
-진짜 읽으면 현기증이 난다는데.. 음.. 난 배수아 작가의 번역에 사실 잘 끌린다

라이팅클럽
-읽고 쓰는게 모든것인 이들의 모임이 궁금하다

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드디어 나왔다..켄 리우의 신간.. 설렌다..ㅎㅎ

화에대하여
-요즘 화를 다스려야 할일이 자꾸 많아진다.. 이젠 읽어야겠다..세네카가 알려주는 화를 다스리는법

휴전
-전쟁 소설은 언제나 왜이리 끌리는지...전쟁이 끝나고 난..그 이후도 궁금하다..

여름의빌라
-우아하고 침착하게 다가오는 낯선 아름다움을 느낄수 있을까

콘트라바스
-결국 찾지못해.. 리뉴얼로 산.. 일부로 찾지 않았을지도.. 이 리뉴얼이 너무 이뻐서..

고양이에대하여
-그녀가 기록한 고양이얘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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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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켄 리우의 중단편 열 두편을 엮은 이번 책은 시간과 공간, 언어와 문화를 넘나드는 경험이 존재한다. 어딘가 꿈같고 비현실적이며 몽환적인 느낌이 가득하다. 이 책을 엮고 옮긴 성주 선배는 역자 후기에서 각기 다른 소설을 하나로 묶는 존재가 다름 아닌 '초월'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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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1차원이지만 책을 눈에 담고 손에 쥐고, 띠지를 벗겨보고, 날개와 면지, 책장을 하나씩 넘기는 행위는 다분히 3차원적이고 입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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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경험과 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책의 인상이 하나로 꿈꾸듯 어우러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디자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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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 _쓰치야 요시마사 / 사진 촬영_타케노우치 히로유키 북디자인 bookdesign 켄리우 kenliu 황금가지 장성주옮김 순록떼 종이동물원

4도기에서 5도(cmyk+금별색)를 찍다보니 별색을 먼저 돌린후, 4도를 찍는다. 금별만 찍은 인쇄지가 나풀나풀 유유자적 아름답다. 표지 전면은 '순한맛' 느낌이지만 잉크가 어느 정도 올라와야 무게감, 집중도가 있어서 누렇게 되는 옐로우 빼고 다 올림. 인쇄감리 북디자인 정인자 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켄리우 kenliu

표지부터 마음에 쏙.

켄 리우 한국판 오리지널 SF 단편선 <어딘가 상상도 못 할 곳에, 수많은 순록 떼가>.

휴고 상, 네뷸러 상, 세계환상문학상을 동시 수상한 <종이 동물원>에 이어 기대 만땅.

서양인들에게 먹히는 동양풍 소설을 어떻게 써내려가는지 잘 보여주는 작가.

받았다 켄리우 SF소설 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황금가지 책 책 책 북 인디캣책곳간 book

"우리를 둘러싼 세계는 예전과 전혀 같지 않다. 생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무엇을 선택하지 않을 것인가. 우리가 문학을 읽는 이유를 재인식하도록 해주는 작품이다."...

“제가 쓴 책을 펼쳐 주신 한국의 모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이처럼 시간과 공간, 언어, 문화를 넘어 쓰는 이와 읽는 이가 대화를 나눌 때 우리는 비로소 가장 인간다워진다고, 저는 느낍니다. 우리는 이야기를 짓는 종(種)이니까요.” -저자 머리말 중 /
황가 모델 나연 대리님의 아름다운 손 위에 사슴뿔 병따개들 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황금가지 북디자인 켄리우 kenliu 종이동물원

보고 있으니 막 빠져든다... 당신은 잠이 듭니다... 현재와 미래 그리고 과거, 현실과 꿈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켄 리우 이야기들... 켄리우 어딘가상상도못할곳에수많은순록떼가 북디자인 인쇄감리 kenl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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